벌레 한 마리를 잡으려다 건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9명의 사상자를 냈다. 20일 새벽 경기 오산시의 한 상가주택에서 벌어진 일이다. 20대 여성 A씨는 라이터로 벌레를 잡으려다 불을 냈고, 이 불은 순식간에 번져 주민들의 평온한 새벽을 위협했다.
사건은 20일 오전 5시 35분께 발생했다. 5층짜리 상가주택 2층에 거주하던 A씨는 라이터 불로 벌레를 잡으려 했다.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불길이 치솟자 놀란 A씨는 "집에 불이 났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다.
소방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며 총력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 5층에 살던 30대 여성은 화마를 피하려다 창문 밖으로 추락해 크게 다쳤고, 다른 주민 8명도 유독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잠자던 주민 14명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했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실화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 실수 아닌 중대한 과실…처벌 무거워진다
A씨에게는 단순 실화죄(형법 제170조)가 아닌, 처벌이 더 무거운 중실화죄(형법 제171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중대한 과실'이란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손쉽게 위험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부족"을 의미한다.
라이터가 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특히 이불, 커튼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은 주거 공간에서 불을 사용한 행위는 화재 위험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벌레를 잡을 다른 안전한 방법이 많았다는 점도 '중대한 과실'로 판단될 근거다.
'중과실치상' 혐의 추가…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가능성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재로 인해 여러 사람이 다치면서 A씨에게는 중과실치상죄(형법 제268조) 혐의까지 추가될 전망이다.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경우, 법원은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으로 처벌한다. 중실화죄(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중과실치상죄(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량이 더 높으므로, A씨는 중과실치상죄로 처벌받게 된다.
다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사 판례와 양형 요소를 종합해 볼 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도가 유력하다.
결국 처벌 수위는 피해자들과의 합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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