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제도는 보험가입자와 보험사간 손해액의 평가, 손해사정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고 공정성과 전문성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1977년 도입됐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운영 목적과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험업법 및 시행령, 감독규정 등이 개정됐다.
보험학회는 최근 ‘제61회 보험지식포럼 및 제6회 보험정책포럼’을 열고 지난해 2월 보험업법을 손질한 뒤의 손사제도의 변화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손해사정제도 관련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평가
임웅찬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불공정행위 유형화·규정 마련 필요
손해사정사단체 자율기능등 강화도
◆보험업법 개정 평가=개정 보험업법은 손해사정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의 관점에서 손해사정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손해사정사의 손해사정서 제출 및 설명의무 등을 규정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 보험사가 손해사정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사업자를 선임해 손해사정업무를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고용손해사정사를 통한 보험사의 직접 손해사정과 손해사정업자의 위탁손해사정업무를 명시함으로써 실제 실무상 실태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업자의 의무나 금지사항 위반, 보험사의 금지사항 위반 등에 대해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향후 야기될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감독규정은 손해사정사의 의무와 금지행위, 보험계약자 등의 손해사정사 선임, 보험사의 의무, 손해사정서 접수 및 손해사정절차 등에 대해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강제할 벌칙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정위반 시의 벌칙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선방향=손해사정사 및 보조인 운영 인력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손해사정사 자격취득자는 연간 460명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조인은 2013년 10인 이내, 2016년 7인 이내, 2018년 5인 이내 활용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최근 10여년간 손해사정 수요는 증가폭이 큰 반면 손해사정사는 수요 대비 비탄력적으로 공급됨에 따라 비자회사 손해사정업자의 경우 타 업체 대비 업무강도가 높으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손해사정사 신규 채용에 어려움이 있으며 기존 근무중인 손해사정사의 보험사 또는 자회사로의 이직 등 외부 유출이 높은 실정이다.
이어 손해사정 감독체계 개선 측면에서 불공정행위 유형화와 행위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개정 시행된 보험업법 및 시행령에서는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은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업자의 위탁업무 수행실적을 평가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자회사인 손해사정업자를 우대하는 행위를 불공정한 행위로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 적용 과정에서 보험사업자 등이 법령규정의 모호함을 활용해 적용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업무의 신속한 처리, 산업 합리화 등의 방식으로 우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불공정행위 유형을 시행령이나 고시에 명시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보험업법에 손해사정사단체의 자율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손해사정사 단체에 동 업무수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국내에는 독립적이면서 자율적으로 손해사정사들을 규합, 관리할 손해사정단체로 현재 손해사정사회와 손해사정법인협회가 있다.
따라서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등에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손해사정사 전체의 대표성을 갖춘 공익적인 손해사정단체가 중심이 돼 손해사정사 및 보조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손해사정제도 개선방안과 정책적 과제
김명규 목원대 교수
소비자 불합리 행위 차단대책 절실
손해사정사 자격 단일화 방안 우선
◆손해사정업계의 종속화=지난해 4월 기준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는 3280명, 자회사 소속은 1976명, 위탁은 1219명, 독립은 18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첫 번째 문제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손해사정업무는 보험사가 직간접적으로 지휘하고 관리하며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 보험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손해사정에 대한 우호적인 지원, 협력업체 형식의 고용손해사정사와 위탁 손해사정법인의 선택 등 사실상 보험사가 손해배상 영업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서 소비자의 불만과 민원이 증가하는 것이다.
또 업무위탁 시 자회사, 유사 자회사(협력업체), 일반 손사법인 순으로 배정하는가 하면 보수마저도 차등화해 적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는 손해사정사 자격의 세분화로 인해 발생한다. 1977년 손해사정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4년 이전까지는 1종부터 4종까지 보험 종목 5~7종별로 과도하게 세분돼 있다가 2014년에 이를 3개 업무별로 단순화했다.
그러나 단순히 종별 구분만 통합하고 기존 자격을 그대로 둠으로써 기존과 신규 합해 분류에 따라 10~11종의 자격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벌어진 사고에 어떤 손해사정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혼란이 따르고 이는 곧 소비자 권익보호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또 시험 과목도 세분화돼 있어 일반 대학생들,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매우 낮다. 자격시험은 직무에 대한 이해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도록 접근이 용이해야 하는데 현행 손해사정사 2차 과목은 마치 보험사 직원 또는 승진 시험 과목같이 세분화돼 일반인의 진입이 어렵다.
세 번째는 손해사정 실무 협의체 구성 문제다. 현재는 보험사가 업무 위탁 시 ‘최저가 입찰제’ 등 가격결정권을 행사해 2007년 보수료 자율화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료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로 인한 위탁손해사정법인의 경영상 어려움은 보험사에 대한 종속성 가속화, 위탁업계 파괴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손해사정 품질을 저하로 나타나 종국적으로 폐해는 보험소비자에게 귀속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의 민원이 가장 많은 손해사정 업무에 공정성과 중립성 관련 실무적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실무협의체 운영이 필요하나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없어 실질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해결방안=우선 손해사정 업무 감독체계 개선 등으로 보험사기 등 부당청구로 인한 보험금 누수방지와 불필요한 민원 등 소비자의 불합리한 행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보험사에 의한 무분별한 보험금 삭감이나 지급거절행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손해사정사 시험과 자격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손해사정사 자격 단일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만일 단일 자격제도 도입이 어렵다면 현행 제도하에서 과목별 합격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시험과목에 민법총칙 등 법률관련 기초과목을 추가하고 각 보험약관 및 실무과목의 통합, 세분화를 위해 공통 시험과목을 확대, 통합 조정해서 손해사정사 양성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모범규준에서 명시된 ‘손해사정협의체’를 구성,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고시 등)를 마련해 감독당국, 보험사, 위탁손사업계가 손해사정업무 실무의 공정성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요구된다.
위탁계약 과정에서 합리적 가격수준을 유지하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표준 손해사정 보수기준’ 제도 도입의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
▧토론
2차 시험에 과목별 합격제도 도입
계약자의 사정사 선임절차도 조정
◆김대희 백석대 교수=손해사정사 2차 시험에 과목별 합격 제도를 도입, 정해진 점수를 만족하면 일정 기간 자격제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손사업계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지훈 손해보험협회 기획관리본부 상무=보험계약 관계자인 계약자, 피보험자, 수익자가 아닌 책임보험의 피해자가 선임하는 손해사정의 보수까지도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김형진 손해사정사=과거 손해사정사 합격 후 실무 교육을 위한 마땅한 교육 자료가 부족하고 별도의 직무 교육이나 재외 교육 프로그램이 좀 미흡했다. 그런 점에서 종전과 달리 손해사정 업무 종사자에 대한 교육 가이드라인이 보험업법에 포함된 것은 매우 눈여겨볼 만하다.
◆이윤석 전주대 교수=실무수습교육의 경우 수도권 합격자는 듣기에 용이하나 지방의 경우 자격 기관이 많지 않아 청취에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이에 지방 거점 대학과 협업, 교육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최종윤 생명보험협회 경영지원본부 본부장=손해사정사 자격시험의 높은 난이도는 저조한 합격률로 이어지고 있으며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또 이론 중심의 시험으로 인해 실무 역량에 대한 검증 부족 문제도 일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험 문제 출제 난이도를 조정해 합격률을 어느 정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시험의 실무 사례를 반영한 평가 방식을 도입하거나 자격 취득 후에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은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부 보험제도팀 팀장=최근 발의된 손해사정사 자격 통합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통과되기에 무리가 따른다. 자격 통합 후 기존 자격자들에 대한 운영 방향성을 담은 내용 등이 없기도 하고 업계에서는 현재 손해사정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손사업계에서도 해당 업법에 대한 찬반이 나뉜다. 이에 따라 충분한 사전 연구와 업계의 의견을 들어 절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보험사가 자신의 업무로서 최초 손해사정을 하는 단계에서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손해사정 결과에 대해서 계약자가 불만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고자 할 때 독립적인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기회를 부여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위탁손해사정업계의 현안은
금융당국 ‘손해사정보수료 적정가격 공표제’ 운영으로 일정개입 마땅
가장 시급한 것이 보수료 문제다. 보험사는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 사정업무를 손해사정사를 고용하거나 손해사정업자를 선임해 위탁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와 손사업자 간 업무 위·수탁과 관련한 법령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위·수탁 보수료에 대한 가격 기준이 없고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개입할 근거가 없다.
이에 최저가 입찰제 등의 가격결정권을 행사하면서 보수료를 일방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다는 것이 위탁손사업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소비자 시장의 물가와 원가는 대폭 올라갔지만 손해사정업무 위탁보수료는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돼 왔다.
이로 인한 원가 이하의 낮은 보수료에 따른 저임금은 손해사정법인 신규직원 유입 차단, 손해사정사 이탈 가속화 등의 현상을 발생시켰으며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사고와 같은 대형·단체 사고 발생시 전문 조사인력 부재(부족) 현상으로 보상서비스 품질 저하, 민원 유발, 모랄 증가 등의 악순환까지 이어져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행정기관의 일정 수준의 가격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손해사정보수료 적정가격 공표제’를 도입, 금융당국에서 2~3년 등 주기적으로 원가분석을 통한 연구결과를 공표하고 당사자 간 이를 참조해 자율적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와 손사업자 간 ‘손해사정보수료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매년 최소 물가 및 임금상승률을 감안한 보수료 책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해사정사 선임권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방안도 필요하다.
보험가입자에 대한 손해사정사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선임 과정에서 일부 GA 등 모집조직이 결부돼 위법행위가 발생하거나 또는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위탁업자 간 기존 위탁계약 관계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문제를 차단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