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각종 폐기물처리·재활용 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 ‘열축적’에 따른 자연발화가 주요 원인으로 가연성 물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실정이다. 또 화재에 따른 유독가스나 연기가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탄소도 배출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져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4시 15분쯤 상주시 낙동면 폐기물재활용업체 야적 폐기물 더미에서 불이 나 약 19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 37분쯤 진화됐다. 이 불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주민들이 메케한 연기로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공장 건물 일부와 폐기물 약 1000t이 탔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8일에도 불이 나 약 100t의 폐기물을 태우고 15시간 만에 꺼졌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 6시 42분쯤에는 경주시 외동읍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1시간 30여 분 만에 큰불을 잡고 마른 모래, 팽창질석 등으로 잔불을 정리하고 있지만 발생 5일째인 29일에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10시 39분쯤에는 전남 영암군의 한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불이 나 3억5000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6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폐기물처리·재활용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689건이다. 화재는 2021년 114건, 2023년 158건, 2024년 172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소방청 관계자는 “폐기물 관련 시설 화재는 야적된 쓰레기 속 내부 불씨를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 해 진화에 많은 인력과 장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폐기물의 종류가 다양해 소방대원들은 폭발이나 감염의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폐기물 화재는 가연물이 공기 또는 산소와 혼합해 발생한 열이 축적돼 착화에 이르는 자연발화가 대부분이며 폭염이 지속하면 빠르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또 낮에 태양광이나 복사열 등에서 얻은 열을 축적해 야간에 발화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자연발화 위험이 있는 물질을 쌓아둘 경우 위험한 온도로 상승하지 못하도록 화재 예방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곳이 허다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을 위해 발화를 고의로 유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연발화를 막기 위해서는 습도가 높은 곳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폐기물을 얇고 넓게 분산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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